유전 (Hereditary, 2018)
가족의 비밀이 드러나는 순간
영화 유전 (Hereditary, 2018)는 미국의 천재 감독 아리 애스터(Ari Aster)가 제작한 심리 공포 영화입니다.
그레이엄 가족의 이야기로 시작합니다. 영화는 가족의 중심인물인 애니 그레이엄(Annie Graham, Toni Collette)이 어머니 엘렌(Ellen)의 장례식을 치르는 장면에서 시작됩니다. 엘렌은 생전에 가족과 거리감을 유지하며, 많은 비밀을 간직했던 인물입니다. 그녀의 죽음은 애니와 가족에게 불안한 기운을 남기고, 가족의 균열이 서서히 드러나기 시작합니다.
애니는 어머니와의 복잡한 관계를 털어놓으며, 자신도 어머니처럼 심리적 상처를 물려받았을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을 느낍니다. 애니의 딸 찰리(Charlie, Milly Shapiro)는 이상한 행동을 보이며, 엘렌과 특별히 가까운 관계를 유지했던 과거를 암시합니다. 찰리는 영화 초반부터 독특한 성격과 불길한 행동으로 우리들에게 긴장감을 줍니다.
가족의 평화는 찰리의 비극적 죽음으로 완전히 무너집니다. 찰리는 오빠 피터(Peter, Alex Wolff)의 책임 하에 파티에 참석하게 되지만, 알레르기 반응으로 위급한 상황에 처합니다. 피터는 찰리를 병원으로 데려가려 하지만, 운전 도중 사고로 찰리를 잃게 됩니다. 이 장면은 영화의 전환점으로, 가족 구성원들 간의 감정적 갈등과 심리적 고통이 본격적으로 드러나는 계기가 됩니다.
찰리의 죽음 이후, 애니는 깊은 슬픔에 빠지며 가족들과 점점 멀어집니다. 그녀는 슬픔을 극복하기 위해 영적 의식을 시도하며, 이 과정에서 자신도 모르게 어머니 엘렌이 연루된 더 큰 음모에 휘말리게 됩니다. 애니는 점점 불안정해지고, 피터와의 관계는 회복 불가능한 상태로 악화됩니다.
애니는 어머니가 오컬트와 관련된 비밀스러운 집단과 연관되어 있음을 발견합니다. 어머니의 유품에서 이상한 의식을 묘사한 책자와 사진들을 발견하며 가족을 지배하려는 초자연적 존재들의 계획의 일부였음을 알게 됩니다.
영화의 후반부는 초자연적 공포가 본격적으로 드러나는 구간입니다. 애니는 영적 의식을 통해 찰리와 소통하려 하지만, 오히려 불길한 힘을 가족에게 불러들이게 됩니다. 그녀의 행동은 점점 더 극단적으로 변하고, 가족들은 각자 공포와 고립 속에 빠져듭니다.
영화의 결말에서 애니는 자신의 어머니가 이끄는 집단이 악마 파이몬(Paimon)을 소환하려 했음을 알게 됩니다. 이 집단은 피터를 악마의 숙주로 만들기 위해 찰리와 가족 전체를 희생시키려는 계획을 세운 것입니다. 애니와 가족은 초자연적 존재의 힘에 의해 파멸로 치닫게 되며, 모든 것이 악마 소환 의식으로 귀결됩니다.
마지막 장면에서 피터는 완전히 악마의 숙주가 됩니다. 집단은 그를 찰리의 영혼과 결합된 존재로 추대하며, 새로운 왕으로 숭배합니다.
영화는 가족이라는 안전한 공간을 깨뜨리며 시작합니다. 초반부의 불길한 분위기는 우리를 긴장시키고, 차츰 드러나는 사건들은 가족 구성원 간의 불신과 갈등을 드러냅니다. 특히 딸 찰리(Charlie, Milly Shapiro)의 죽음은 영화의 흐름을 급격히 바꿉니다. 이 사건은 가족 구성원 모두에게 깊은 상처를 남기며, 숨겨졌던 문제들이 수면 위로 떠오르는 계기가 됩니다.
아리 애스터 감독은 영화 속에서 가족의 역사와 관계를 통해 유전적 요인이 인간의 삶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보여줍니다.
공포 영화 이상의 메시지
Hereditary는 인간의 선택과 자유의지에 대한 질문을 던집니다. 애니와 가족 구성원들은 자신이 직면한 불행과 비극을 피하려 하지만, 결국 유전적 운명에서 벗어나지 못합니다. 이는 인간이 자신의 삶에서 얼마나 자유로운 선택을 할 수 있는지에 대한 심오한 질문으로 이어집니다.
Hereditary는 초자연적 요소나 점프 스케어에 의존하지 않고, 가족 간의 복잡한 관계와 내면적 갈등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전개합니다. 영화는 공포의 근원을 "유전"이라는 주제로 풀어냅니다.
가족 간의 감정적 거리와 비극적인 사건(찰리의 죽음)은 우리가 공포를 느끼는 동시에 감정적으로 공감하게 만듭니다. 이는 일반적인 공포 영화에서 보기 드문 접근법입니다.
초자연적 요소의 완벽한 조화
영화는 심리적 공포와 초자연적 공포를 교묘하게 조합해 우리의 불안을 극대화합니다. 초반에는 가족 내 감정적 불화와 트라우마가 중심에 있지만, 후반부로 갈수록 초자연적 요소가 강해지며 예상치 못한 전개로 이어집니다.
아리 애스터는 이 영화에서 긴장감을 극대화하기 위해 독특한 연출 기법을 사용했습니다. 특히 음향과 시각적 연출은 우리가 영화 속 불안을 몸소 체험하도록 만듭니다. 찰리의 '클릭' 소리와 같은 소리는 영화 전반에 걸쳐 공포감을 배가시키며, 우리의 신경을 곤두세우게 만듭니다.
애니가 점점 자신의 어머니가 연루된 비밀스러운 의식과 초자연적 세계를 발견하는 과정을 통해 서서히 공포감을 쌓아 올립니다. 이러한 연출은 우리에게 마치 퍼즐을 푸는 듯한 몰입감을 제공합니다.
영화 후반부에서 드러나는 초자연적 요소와 의식은 심리적 공포에서 초자연적 공포로 전환되는 중요한 장면입니다. 그러나 이 모든 요소는 공포를 위해서가 아니라, 가족과 유전에 대한 주제를 심화시키는 데 기여합니다.
다른 공포 영화들이 주로 귀신, 괴물, 또는 살인마 같은 외적인 요소에 의존하는 반면 영화는 처음부터 빠르게 무서운 장면을 보여주는 대신, 불안한 분위기와 서서히 드러나는 비밀로 긴장감을 점진적으로 높입니다. 우리는 끊임없이 긴장하며 다음 전개를 예상하게 됩니다.
영화는 초자연적인 악마 소환과 같은 판타지적 요소를 도입하면서도, 이를 가족의 심리적 붕괴와 연결시켜 더욱 현실적으로 느껴지게 만듭니다.
주인공 애니 역을 맡은 토니 콜렛은 슬픔, 분노, 공포, 혼란 등 다양한 감정을 극적으로 표현하며, 우리를 영화 속으로 끌어들입니다. 그녀의 연기는 영화의 몰입도를 극대화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다른 공포 영화들이 외적인 공포에 집중하는 것과 달리, Hereditary는 배우들의 감정을 통해 우리가 캐릭터와 더 깊이 연결되도록 만듭니다.
아리 애스터 감독은 영화의 시각적 요소와 음향 효과를 정교하게 활용하여 우리에게 공포감을 전달합니다.
영화에서 애니가 만든 미니어처는 현실과 비현실의 경계를 흐리게 만들며, 불안감을 증폭시킵니다. 이러한 독특한 시각적 요소는 영화의 분위기를 한층 섬뜩하게 만듭니다.
대부분의 공포 영화는 선악의 대립이나 귀신과의 싸움을 보여주지만 영화는 특정한 악당 대신, 가족 간의 유전적 숙명과 세대를 넘어선 초자연적 음모를 중심으로 다룹니다. 우리는 누군가를 비난하거나 무찌를 대상이 없기에 더 큰 공포를 느끼게 됩니다.
영화는 우리 예상하지 못한 방향으로 이야기를 전개하며, 마지막에 악마 파이몬(Paimon)의 소환 의식으로 모든 것을 마무리합니다. 이 충격적인 결말은 전통적인 공포 영화와는 전혀 다른 여운을 남깁니다.